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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나간 의정부역.

나오긴 나왔으니 여자한테 말을 걸어야 하는데, 아스팔트에 본드를 붙혔는지 발은 움직이지 못하고 옴싹달싹만 했습니다.

잘 꾸미고 다니는 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  '왠지 나 같은 스타일을 싫어할꺼야' 라는 생각이 올라오고, 나와 키가 비슷한 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'이 여자는 왠지 키가 큰 남자를 좋아할 것 같아' 하며 멈추게 되었습니다.

이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지옥의 되감기처럼 머릿 속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져, 그 울림에 압도되어서 말을 걸기 전 부터 이미

나는 진게임을 어떻게든 이기려고 발악하는 모습이었습니다.

다시 전 처럼 말을 걸려고 여자 근처까지는 가지만 마치 스쳐지나가는 사람처럼 연기하면서 말은 안 걸고 가까이가서 보고만 오는 것을 반복했습니다.

왜냐하면, 이 여자가 나를 분명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에 온 몸이 장악되어서 마치 약속한 것 처럼 여자 가까이만 가면 몸이 굳어져버렸습니다.

말을 걸고 싶어서 여자를 따라가긴 하나, 말을 걸면 더 큰 불안함과 두려움이 올 것 같아 따라갔다가 여자만 보고오고, 따라갔다가 여자만 보고오고

그렇다고 나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니 속 터지고, 다시 따라가서 말을 걸려고 하면 정신이 나갈 것 처럼 두려워서 말은 못 걸겠고

 

내 안에서 올라오는 '넌 어차피 안 돼' , '재네들이 눈깔이 없냐?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겠냐? 키도 작고, 얼굴도 별로고, 패션이 좋은 것도 아니고'

나아가려 하면 내 발목을 잡는 내 생각들에 나는 대항할 힘도 없이 무참히 쓰러졌습니다.

그렇게 끝없이 내 주먹으로 내 얼굴을 때리니 진이 빠지면서 내가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여자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온 몸이 녹초가 된 듯 진이 빠져서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.

 

집에 돌아와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.

이 생각을 반복하는 한 나는 여자 절대 못 만날 것 같은데?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? 분명 나 보다 별로고, 키도 작은 애들도 여자 만나는 애들이 있을텐데?

내가 계속 이 생각들에 무차별 폭행 당하면서 아무것도 못해본 채로 이걸 끝내자니 너무 억울했습니다.

이대로 멈춰버리기는 싫고, 그렇다고 나아가지니 너무 무서웠습니다.

하지만, 난 정말 여자를 만나고 싶었고,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. 죽음을 결심했을 때 어떠한 힘겨움이 따르더라도 이제는 한 번 해보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으니까요.

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전장에 나가긴 하지만 칼도 써보지도 못하고 매번 패배하니까 점점 의욕을 잃어갔습니다.

그렇게 한달 넘게 여자 구경만 하지,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면서 커넥션을 만든 적이 없었으니까요.

나도 내 삶의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순간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연애도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은 건데, 이렇게 구경만 하다가는 또 다 포기하고만 싶어질 것 같았습니다.

 

하지만, 그렇다고 밖에 다시 나가도 말 걸 자신은 없고.

못난 내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. 속으로 부모님 탓도 했습니다. 나도 좀 잘생겼으면, 나도 좀 키가 컸으면...

그러면 분명 나도 즐겁게 여자 만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텐데..

나는 왜 이 꼬라지일까?

나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고, 불리한 조건만 가득해 보였습니다.

이 게임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 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여,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시 픽업커뮤니티의 글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.

오프너부터 시작해서 IOI, IOD 등 을 자유자재로 구분해서 자신만의 메소드로 여자를 유혹하는 픽업강사를 보면서 나도 픽업을 배우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

동경을 품게 되었습니다.

하지만, 저걸 배우면 뭐하나 이미 시작부터 진 게임인데, 분명 저 픽업강사는 나와는 다른 장점이 있을 것이고, 나와는 시작점부터 다를꺼야 하면서

흠모하나 가능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. 

시작 전 부터 지고 시작하는 게임을 반복하자니 점점 밖에 말걸러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. 어차피 안 될껄 뭐하러 나가지?

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밖에 나가긴 했지만, 여전히 여자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는 하나의 인공위성이 되었을 뿐 였죠.

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자신의 무력함때문에 너무 분했습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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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못난이 컴플렉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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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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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9
  • Crawler 2018.03.15 14:14
    맛동산님 글을 쭈욱 읽었는데요.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고, 멋지네요.
  • 맛동산 2018.03.15 14:57
    감사합니다 crawler님. 제 이야기가 crawler님에게도 한 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:)
  • 파란하늘 2018.03.15 18:19
    힘들었던 시절의 상황과 당시 느꼈던 무력감과 좌절을 자세히 묘사해주셔서 여자에 대한 것뿐아니라 삶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생각이 듭니다. 감사히 읽었습니다.
  • 맛동산 2018.03.16 13:04
    감사합니다 :)
  • 이만영 2018.03.15 20:12
    픽업의 길은 .. 역시 험난한 길 입니다 ㅠㅠ
  • 맛동산 2018.03.16 13:05
    네 초기세뇌때문에 힘들었습니다 :)
  • 이만영 2018.03.16 18:31
    저도 초기세뇌에서 벗어날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지만 여기에
    너무 쉽게 하나씩 벗어나는 게 신기합니다 ㅎㅎ
  • 자유 2018.03.15 21:19
    지고 시작하는 게임...정말 공감이 가네요!
  • 맛동산 2018.03.16 13:05
    감사합니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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